해외여행

일본 - 사가현 오카와치야마 도자기마을

kerasi 2025. 5. 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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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와치야마 도자기마을 -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

여행의 시작

흰색 토요타 야리스와 함께 향한 곳은 일본 사가현 아리타 근처에 위치한 오카와치야마(大川内山) 도자기마을이었다. '비밀의 가마터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나베시마번의 관요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최고 품질의 도자기를 만들어내던 장인들의 마을이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첫 번째 발견 - 계단식 가마터 유적

첫 번째로 마주한 것은 계단식으로 조성된 옛 가마터의 흔적들이었다. 돌로 쌓아 올린 계단식 구조물들은 과거 도자기를 구워내던 등요(登窯)의 터였다. 오래된 나무 건물 뒤편으로 보이는 이 유적들은 30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마을이 일본 도자기 역사의 중심지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신사와 도자기 장인들의 신앙

깊숙이 들어가니 도자기 장인들이 모시던 신사가 나타났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석조 도리이(鳥居)와 파란 깃발들이 이곳의 오랜 전통을 보여준다. 장인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원을 드리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은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장인정신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도자기마을의 일상

사찰 주변으로는 전통 가옥들이 산비탈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었다. 좁은 개울이 마을을 가로질러 흘러가는데, 이 물은 도자기 제작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깨끗한 물로 점토를 이기고 완성품을 씻어내던 장인들의 손길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했다. 물길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풍경은 마치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폭포와 자연의 선물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마을 뒤편의 폭포였다. 높은 바위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맑은 물의 원천이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 폭포는 자연이 도자기마을에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물소리를 들으며 과거 장인들도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작업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겼다.

비밀의 가마터 - 석굴 작업장

가장 신비로웠던 곳은 바위를 깎아 만든 석굴 작업장이었다. 자연 동굴을 이용해 조성된 이 공간에는 불상들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도자기 제작의 성공을 빌던 장인들의 염원이 담긴 곳이었다. 나베시마번이 도자기 제작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외부와 차단된 이곳에서 최고의 장인들이 비밀리에 작업했다는 역사가 느껴졌다.

전통 우물과 장인의 지혜

산 중턱에는 도자기 제작에 사용되던 전통 우물이 있었다. 나무로 만든 두레박과 함께 보존된 이 우물의 물은 최고급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었다. 장인들이 이 맑은 물로 점토를 반죽하고 작품을 다듬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물의 질이 도자기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장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도자기마을의 현재 - 잉어연못

마을 어귀의 연못에는 색색의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붉은색과 주황색, 흰색의 잉어들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마치 도자기의 아름다운 유약 색깔을 연상시켰다. 연못 주변에는 도자기로 만든 작은 장식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카와치야마의 특별함

오카와치야마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일본 도자기 역사의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나베시마 도자기라는 최고급 브랜드가 탄생한 성지다. 에도시대 나베시마번이 도자기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장인들을 이 산골 마을에 정착시키고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던 곳이다.

 

여행을 마치며

오카와치야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일본 도자기 문화의 깊은 뿌리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대문명에 찌든 일상을 벗어나 고요한 산속에서 만난 장인정신과 자연의 조화는 마음의 정화와 함께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도자기를 만들어낸 선조들의 지혜였다. 맑은 물, 좋은 흙, 그리고 무엇보다 장인들의 혼이 담긴 이 마을에서 탄생한 나베시마 도자기가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실제 도자기 체험도 해보고, 현재도 이곳에서 작업하는 장인들의 작품도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장인정신과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준 오카와치야마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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